평소에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서 "생각 좀 그만하고 살아"라는 말을 종종 듣는 동시에 남들이 보기에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에는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결정을 해버리기도 하는 면이 있는 크립입니다. 지나다보면 순간 순간.. 크고 작은 생각의 편린들이 머리 속을 정신없이 헤집어놓고는 사라져버립니다. 그 순간 운 좋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거나.. 또는 운 좋게 포스팅을 하고 싶다거나.. 또는 운 좋게 그럴만한 시간적/심정적 여유가 될 때에는 인터넷/하드디스크의 어딘가에 찰나의 기록이 남게 됩니다. 이렇게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모여서 하나의 인간을 형성하고, 또 변화시켜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껏 지내오면서 알게 되었던 사람들. 특정한 단계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겠죠. 인간은 쉴새 없이 바뀌지만, 또 한편으로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 핵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계속 변화하는 것이죠.. 그러한 가운데 어느 특정한 순간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훗날 시간이 지났을 때 '누구는 이러저러'하지''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상상하면.. 뒷골이 서늘해집니다. 늘, 훗날은 부담스럽고 과거는 후회스러운 순간의 연속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일런지요.
오늘은 조카들이 집에 와 있었습니다. 마침 사다놓은 술도 다 마셔버렸길래 술이나 몇 병 살겸, 조카 산책이나 시켜줄 겸해서 수퍼를 향해 나서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말그대로 장대같은 비. 고작 2미터 남짓의 거리를 가는데도 우산이 없다면 흠뻑 젖게되는 강렬한 빗줄기. 과자 봉지를 손에 쥔 조카를 등에 업고, 술이 담긴 비닐봉지는 손에 들고, 또 한 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집까지 서둘러 걷는 동안 코를 찌르는 물에 젖은 먼지 냄새가 어느 한 순간의 기억을 불러왔습니다. 몇 년전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처럼 후덥지근한 여름밤, 비가 한두방울 내리기 시작하면서 후덥지근한 도로에서는 물에 젖은 먼지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 그 순간의 기억만 강하게 납니다. 그 이전도 이후도.. 기억의 저장소에는 공백으로 남아 있는데 말이죠. 지금도 비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처음처럼의 강렬함은 없어도 성실히, 그리고 꾸준히 내리고 있네요.
요즘은.. 매주 ITMS에서 공짜로 주는 노래들을 들으며 신곡들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은 우연히 노래 한 곡을 알게 되었는데.. 그 뮤직비디오가 꽤 삼삼하여 소개해드립니다. 이왕 가사도 함께 소개하면 좋을 것을.. 이 시간에 노래 가사 찾기는 참으로 귀찮군요. Gnarls Barkley의 Crazy입니다.
사실 이러한 공짜 콘텐츠/미디어들이 반갑지만 그 이상으로 어떤 경계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가장 단적인 예를 말씀드리면.. 출근길의 지하철에서 배포되는 무가지를 들 수 있겠지요. 그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모든 사람이 - 크립을 포함하여- 동일한 신문을 읽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런 거부감없이 그러하다는 것이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 기껏해야 하루 지난 뉴스들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데, 사람들은 손쉬운 읽을거리로 너무나 쉽게 그것들을 탐독하게 됩니다. 물론 요즘 사람들이 워낙 현명하니 집단 선동에 빠지거나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무가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반복 광고 및 메시지(if any)에 노출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최근 크립은 일부러 이러한 무가지들을 손에서 멀리하려는 노력을 좀 해보고 있습니다. 아무런 의심없이 모든 사람들과 동일한 컨텐츠를 주입식으로 보고 있다니, 마치 입시 위주의 고등 수험 교육을 받는 기분이랄까요. ITMS의 공짜 컨텐츠 역시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뭐 아직은 향유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므로, 또한 해당 문화권의 최근 사조 - 적어도 A single of the week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니 적시성은 확보되어 있다고 믿어도 되지 않을런지요 - 를 느껴본다는 의미에서 좀 더 즐겨볼까 합니다.
아래 포스팅에서 영화 '불편한 진실'이 보고 싶다는 말은 했지요? 그 영화를 열심히 찾다가 결국 수배에 실패하고, 대신.. 예전에 보고 싶던 영화 한 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wit. 엠마 톰슨이 주연한.. 암에 걸린 여인의 시한부 인생을 그린 작품으로 빼어나다..라는 평을 받았다고 했던가요? 2001년작이라고 합니다.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니콜스 감독의 최근작 Closure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지요. 이 감독 아마도.. Working Girl도 감독했었다죠? 워킹걸과 클로져 사이를 잇는 중간 단계의 작품들이 바로 Wit와 Angels in America였었던 것 같습니다. AIA는 몇 편을 구해서 볼 수가 있었는데, Wit는 이제서야 구하게 되었네요. 벌써 시간이 꽤 늦어서.. 지금부터 보기 시작하면 내일 출근을 포기해야 하는 까닭에 다음으로 미루어야겠지만, 그래도 기대가 됩니다. 우선 첫 장면이 궁금해서 틀어봤더니 나이 든 의사가 "당신은 암에 걸렸소."라는 대사를 엠마 톰슨에게 건네는 것부터 나오는군요. 세월에 지친듯한 톰슨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운 장면에서 pause를 눌렀습니다.
며칠 전에 책 한 권을 샀습니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구매했던 (아마도) 소설은 바나나의 남미와 불륜 (또는 불륜과 남미)였을 것이네요. 그 책을 포함하여 이전에 구입했던 책들을 다시금 읽어보다가 바나나의 저자 후기에서 "다음 작품은 타이티를 배경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구절을 다시 한 번 발견하고는 바나나의 차기작을 사고 싶었던 것이 서점을 찾았던 이유였습니다. 없더군요. 대신.. 이런 저런 수많은 책들 사이에 놓여 있으니 어찌나 사고 싶던 책이 많았던지요. 사전 정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게 순간적으로 다양한 책들의 정보에 노출되니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어든 한 권의 책은 "센티멘탈"이라는 책이로군요. 굉장히 유명한 천재 청년 작가라고 하고, 왠지 이 순간 책을 보지 않으면 이름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심한 무식쟁이처럼 느껴집니다만.. 어쨌건 그의 책을 읽다보면, 지적인 면모도, 치밀한 사고도 모두 좋은데.. 약간의 작위성이 느껴져서 소설을 읽는 것인지 교과서를 읽는 것인지 좀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물론 내용 자체야 교과서라고 할 수 없을 파격이 존재합니다만. 스스로도 모르게 소설이란 호흡을 하고 물을 마시듯이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바나나의 문체를 좋아하는 것일까요. 그녀의 차기작은 언제 나오려는지.. 답답하기만 하네요. 불편한 진실도 그렇고, 바나나의 차기작도 그렇고. 이래서 외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가봅니다. 굳이 번역되어 나오는 것을 기다릴 필요없이 그저 사서 보고 읽으면 되니까요(물론 불편한 진실은 온라인 개봉관 자체도 찾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만). 내일은 바나나의 차기작이 혹여 영문으로라도 번역된 것이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계속 주저리 주저리. 끊어질 듯 계속 이어지는 작은 잡담들이 대화의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왠지 거창한 주제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난 후에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민망함이 대단하니까요.
이제 월요일 아침이군요. 모두들 좋은 한 주일 맞이하시길.
잘 들르셨어요. 그냥 잠시 땀이나 닦고 쉬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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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June 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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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다시 읽어보니 약간의 오해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 Gnarls Barkley의 Crazy를 공짜로 얻었다는 말은 아닌데 그렇게 써놓았네요 ;; 어쨌거나 아침에 약간의 기사들을 찾아보니, 이 곡이 상당한 곡이었군요.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좋은 아침~
잘 듣구 감~
아...이노래...한 한달전인가...배철수 라디오 프로에서 우연히 듣고, 듣자마자 뿅갔다는...그래서, 이덩키며 여기저기 불법 음원을 찾아 봤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잠깐 포기하고 있었지요...지금은 찾을 수 있을라나? 멜론에도 없던데...하여간 좋은 노래 듣고 갑니다. 힘찬 한주되세요.
요새 MBTI 및 그런 류의 회사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일본 갔을때 영희와 사람의 본질은 변하는걸까 변하지 않는걸까에 대해 얘기했었지.
난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다만 상대에 따라서 조금 다르게 그걸 표현할 뿐이지.. 헌데.. 내가 내 아이들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본질을 가지고 대하고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내 삶은 좀 너무 메마른거 같다.
이렇게 메마른 나랑 친구해줘서 고마워 ^^
휘. ^^
한. 흠.. 돌던걸요 ㅋㅋ. 이 곡을 원하시면 말씀하시길..
팅. 마치 복숭아같아. 안의 씨앗은 단단한 것이 그대로인데, 과육질은 부드럽고 유연해서 계속 형상을 달리하는.. 그래서 정작 씨앗의 형상이 느껴지지 않는 상황도 왕왕있는 그런.. 쨌건 나야말로 땡큐 ^^
이 살가운 분위기에 미안하지만, 제목은 Monday Morning이어야 하지 않나. -_-+
아아.. 냥 선배. 너무 '다운' 커멘트라서 보자마자 한참을 웃었습니다 -ㅅㅜ 정말 나이스 타이밍의 커멘트네요. 역시 냥 선배도 그 모습 여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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