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각에 시작된 하루.
전날 마신 한 병의 와인향이 미적지근하게 입에 남아 머리 맡의 생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영하의 차가운 공기에 금새 식어버리는 물을 욕조에 그득히 받아 라벤더 오일을 몇 방울 떨구고 책을 읽으면, 진하다 싶을 정도의 남유럽 꽃향이 폐부를 깊숙히 찌르고 들어온다.
얼어붙을 것만 같은 손끝을 연신 비비며 5호선 지하철에 올라 4정거장 떨어진 치과를 찾아 새해 인사를 하고, 근처의 사람없는 극장을 찾아 영화표를 구매하고. 영화가 시작되기까지 어느 한적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늦은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나오면 햇살에 눈이 덜 아리도록 적당히 늦은 시간이면 좋겠다. 시간이 적당히 흐를 때까지 혼자 노래를 해도 좋겠다. Regina Spektor의 My dear acquaintance, happy new year를 들으며 시내를 걷고, 서점에 들러 부산스레 한 해의 마지막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새해를 축하하려는 인파들로 거리가 붐비기 시작할 무렵 시내의 중심가를 벗어나, 아직 준비가 덜 된 어느 Bar를 찾고 싶다. 늘 가는 무늬만 Bar인 술집이 아닌, 술에 대한 애정과 사람에 대한 온기가 있는 그런 Bar가 있다면. 오늘 하루에 걸맞는 한 잔의 술을 추천받아보고 싶기도 하다.
한가로운 계획이 무리없이 지켜지는 평범하지 않은 하루.
잘 들르셨어요. 그냥 잠시 땀이나 닦고 쉬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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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December 3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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