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르셨어요. 그냥 잠시 땀이나 닦고 쉬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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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December 31, 2007
2007.12.31
전날 마신 한 병의 와인향이 미적지근하게 입에 남아 머리 맡의 생수를 한 모금 들이키고.
영하의 차가운 공기에 금새 식어버리는 물을 욕조에 그득히 받아 라벤더 오일을 몇 방울 떨구고 책을 읽으면, 진하다 싶을 정도의 남유럽 꽃향이 폐부를 깊숙히 찌르고 들어온다.
얼어붙을 것만 같은 손끝을 연신 비비며 5호선 지하철에 올라 4정거장 떨어진 치과를 찾아 새해 인사를 하고, 근처의 사람없는 극장을 찾아 영화표를 구매하고. 영화가 시작되기까지 어느 한적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늦은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나오면 햇살에 눈이 덜 아리도록 적당히 늦은 시간이면 좋겠다. 시간이 적당히 흐를 때까지 혼자 노래를 해도 좋겠다. Regina Spektor의 My dear acquaintance, happy new year를 들으며 시내를 걷고, 서점에 들러 부산스레 한 해의 마지막을 준비하려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새해를 축하하려는 인파들로 거리가 붐비기 시작할 무렵 시내의 중심가를 벗어나, 아직 준비가 덜 된 어느 Bar를 찾고 싶다. 늘 가는 무늬만 Bar인 술집이 아닌, 술에 대한 애정과 사람에 대한 온기가 있는 그런 Bar가 있다면. 오늘 하루에 걸맞는 한 잔의 술을 추천받아보고 싶기도 하다.
한가로운 계획이 무리없이 지켜지는 평범하지 않은 하루.
Sunday, December 30, 2007
아날로그적 감흥

Making MEJU
Originally uploaded by Seoulite.
Processing beans-boil and squ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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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춥습니다. 단순히 난방 버튼을 켜는 것 이상으로, 옷을 껴입고 물을 끓이고.. 촛불이 어른거리는 램프를 켜고, 삶은 콩을 갈아 메주를 만들고. 팔팔 끓인 물을 10초 정도 식힌 후 머그에 담아낸 뭉큰한 커피로 아린 손끝을 녹이며, 쏟아내리는 겨울 햇살에 살짝 땀을 내는 이 일련의 소소한 행위들이 '삶'이라는 한 글자가 내포한 거대한 공간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Regina Spektor라는 뮤지션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운 음색을 들려준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인데도, 이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그 당연한 것이 왜 이렇게 도드라지는지.. 궁금해지기만 합니다.
Monday, December 24, 2007
Miss you most at Christmas time
작은 크리스마스 트리라도 하나 사다놓을까.. 싶었지만, 생각에만 그치죠. 요즘은 술도 많이 약해져서 며칠 전에 연말 기분 내느라 사왔던 샴페인도 몇 잔 마시고 취해버렸지 않겠습니까. 세계 곳곳에서 늘 열심히 살고 있을 모든 친구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안녕을 전하는 차원에서.. 오래간만에 뮤직비디오 하나 올려봅니다.
이런 가수도 없다.. 싶을 정도로 빼어났던 당시의 머라이어 캐리가 불렀던 캐롤집에서 Miss you most (at Christmas time) 입니다.
Sunday, December 09, 2007
Saturday, December 01, 2007
12월. 마음껏 센치해져도

Left alone
Originally uploaded by Seoulite.
Cigarettes are gone and lighter is left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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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열 두달 중, 가장 스산하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상실감이 가장 큰 12월. 이 때 만큼은 마음껏 센치해져도 좋겠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아서, 그것을 파내려 가면 갈 수록 더욱 큰 감정의 물살이 용솟음쳐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기쁨이건 슬픔이건 상관없이 말이지요.
사람으로 흥청거리도록 Fancy한 식당보다 남루한 거리 한 구석의 포장 마차가, 즐거운 캐롤보다 음울한 단조의 첼로와 바이올린 선율이, 달콤한 칵테일과 홍조띤 대화보다 방해받지 않는 한 잔의 술과 일렁이는 담배 연기가..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에 의해 우연히 내 손에 쥐어졌습니다. 사진과 짤막한 글귀들로 빼곡한, '끌림'이라는 제목의, 근 10년의 여행기록들. 10년을 살아도 매일이 낯설어 언제나 여행 중이라 생각하며 느껴왔던 수 많은 단상들이 간결하게 응축된 문장으로 정리된 여행기록을 읽으며 이 책이 나에게 올 수 있도록 해준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누구인지 알고 싶지만, 기회가 되면 알게 되겠죠.
올 한해 열심히 추스리며 달려왔다고 생각하는 스스로에게 12월 한 달은 마음껏 센치해질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싶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감정의 나락으로 헤집고 들어가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올 수 있도록 말이죠. 그 유치한 과대 망상과 내 청년기를 압도했던 자기 연민이 그립기도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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