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회사 동료와 술잔을 기울이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업무 외에 뭐하고 사세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와 비슷한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딱히 이렇다싶게 답변할만한 것은 없었네요. 그냥 하루하루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으니까요. 아마도 동료는 "연애 내지는 레포츠"와 같은 손에 잡히는 대답을 기대했던 것 같긴 했습니다만.
업무 외에.. 마당에 심어놓은 토마토와 상추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기뻐하고, 최근에 맛을 들인 '감식초'를 열심히 마시고 있고,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때가 되면 나오는 야채와 과일들의 진짜배기 맛을 배우고, 각종 전자 제품들의 정보도 열심히 찾아보고, 영화와 드라마, 다큐멘터리도 열심히 찾아서 보고 있고, 주말에는 베란다의 파라솔 그늘이나 바람이 통하는 길목에 놓아둔 reclining bench(이건 우리 말로 뭐라고 하나요?)에 늘어지게 앉아서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고, 하늘의 구름도 보고.. 종종 인터넷 뉴스의 경제면도 뒤지고, 재테크도 알아보고, 시간내서 부동산/금융 일 보러도 댕기고, 술도 종종 마시고, 가끔 담배도 피고. 새로운 음악도 찾아서 듣고.. 목욕탕 청소도 하고, 기분 전환겸 대형 마트도 다니고, 아이쇼핑도 하고. 부지런을 떨어보자면 극장도 가고, 전시회도 가고.
뭐 그냥 이 정도?
크게 "난 일 말고 이런 일을 하지."라고 할 말은 없어도 나름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30대 중반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물론, 사회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란 관점에서 보면 몇 가지 빠져있는 것들이 있긴 하겠죠.
현재의 생활에의 만족도를 따져본다면 그 지수는 상당히 높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그렇게 지내다보니 어느덧 나이가 30대 중반, 한국 나이로 35이 되어 버린 것이예요. 혹자는 무리한 도전을 하기에는 슬슬 힘들어지는 나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그런 나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나이에 대한 느낌보다는 '시간이 흐르는 속도감'에 큰 당혹감을 느끼게 되더군요.
"뭐 내가 벌!써! 35이라구?" 뭐 이런 당혹감인거죠.
나이야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 숫자에 수반되는 각종 상황은 언제까지나 같을 수 없겠지요. 그래서.. 사실은 살짝 조바심이 들기도 하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좌충우돌의 시간이었던 제 20대 중후반의 시행착오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이라는 시간에 걸맞는, 지금에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시도해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이런 생각에는 최근 받았던 건강검진의 여파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뭔가 '시들고 있다'는 느낌을 '숫자'가 보여주는 것이지요. 노력 여하에 상관없이 그렇게 변곡점을 지나버리고야 마는 것들도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쨌건, 너무 오래도록 글도 안 썼고, 날씨도 더워서 밖에 나가기도 애매하고.. 겸사 겸사 끄적여봅니다. 더운 여름날 한껏 땀을 빼지 않고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다는 사실이 계절감 측면에서는 찜찜하기도 하네요. ㅎ